[책] 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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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예스24

아마존, 월 스트리트 저널 올해의 책애덤 그랜트·수전 케인·힐러리 클린턴 추천, 2023년 최고의 화제작“우리는 어떻게 ‘나도 모르는 새’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을까”3만 마일의 비행, 2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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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게 숏폼을 손가락으로 무한정 굴리며 지내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며 자괴감이 들던 차였다. 개인적으로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사실 이 책의 요지는 오히려 다른 쪽에 있었다. 

 

작가 본인 역시 자신의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고자 자신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가두기도 하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개인의 집중력을 좋게 하는 요소들 -예를 들면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충분한 수면 시간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점점 알게 되는 사실은 집중력의 위기가 개인의 의지나 노력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사람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날수록 광고를 많이 노출하고 돈을 많이 받는 기업들은 오늘날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이다. 이들은 점점 진보하는 기술을 사람들을 온라인 세계에 더 오랜 시간 잡아두기 위해 사용한다. 한 페이지를 본 다음 다음 페이지를 볼 지 결정하는 망설임을 없애기 위해 무한 스크롤을 만들고, 더 오랜 시간 시청하는 컨텐츠를 의도적으로 추천한다. 보통 사람들은 아름다운 컨텐츠보다 자극적인 컨텐츠를 무의식적으로라도 오래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주장들, 자극적인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전파되고 그 효과로 극우 정당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스크린타임이나 방해 금지 모드를 설정해서 자신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그것이 기업이 제공하는 선한 기술이라고 말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스크린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록 그런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버는 비즈니스 구조이기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더 적게 자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한번에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이 사회 자체가 계속해서 빠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들도 점점 더 많이 ADHD를 진단받는다. 어른들은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 줄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각성제를 맞추어 아이를 잠잠하게 만든다. (이름이 각성제이지만 ADHD 환자가 먹을 경우 침착해진다고 한다.) 

 

사람들의 집중력 위기는 개인적인 업무 효율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인류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는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에는 더 심각하게 작동한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씨름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지루한 과정을 오래도록 할 에너지가 충분치 못하다는 뜻이고, 집중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를 찾아다닐 뿐 한 이슈를 진득하게 붙들고 해결하는 데에 힘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힘이 없다. 

 

작가는 이럴 때 필요한 건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인터넷 기업들을 국유화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사업하지 못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주장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위험한 것들이 제지당했던 역사를 짚으며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 역시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앱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이 당연한 목표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더 잘 일하고 쉬는 시간에 더 촘촘하게 자기계발하기 위해 집중력을 늘리고자 책을 들었건만, 사실 인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며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단순히 내 집중력을 더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책을 펼쳤으나 세계적인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집중력을 잃음으로서 정말로 닥친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당장 실천 가능한 다른 방식들은 없었던 건지 물음표를 던지게 되기도 했다.

 


발췌 📖

  • 정보를 더 많이 주입할수록 사람들이 개별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다. 51p.

  • 몰입 상태에 빠져들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러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에 치워둬야 한다. 몰입은 한 번에 하나만 할 때, 다른 모든 것은 접어두고 한 가지만 하기로 할 때 찾아온다. 
    … 둘째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 셋째로,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87-88p.

  • 실험 결과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 속도가 0.1초만 느려져도 상품을 끝까지 구매하려는 사람 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51p.

  •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276p.

  • 많은 사람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칭한다. 301p.

  •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개인적 실패로 받아들이고 개인적 해결책을 찾으라고 끊임없이 압박받는다. 집중할 수 없는가? 과체중인가? 우울한가? 이러한 문화에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도록 배웠다. 그렇다면 그건 내 잘못이야. 힘을 내서 이 문제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아서 찾았어야 해. 이제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자녀가 납에 노출되고 있었던 로체스터의 어머니들을 떠올린다. (중략) 오늘날 우리는 당시에 거대한 문제가 있었으며, 그 근본 원인이 환경에 있었음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326p.

  • 오늘날 미국 남부의 많은 지역에서 남자아이의 30퍼센트가 18세가 되기 전에 ADHD를 진단받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수는 더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엄청난 수의 성인이 본인에게 이 장애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있으며, 그중 300만 명 이상이 이미 각성제를 처방받고 있다. 오늘날 각성제 처방 시장은 최소 1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337p.

  • 지금도 사미는 이따금 아이들에게 각성제를 처방하지만 드물게 단기적으로만, 다른 모든 선택지를 시도한 후에만 그렇게 한다. 사미는 집중력 문제로 자기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 대다수의 경우, 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환경을 바꿀 실질적 도움을 주면 거의 대부분 문제가 줄거나 사라진다고 말했다. 350p.

  •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를 진단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3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