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대학내일 트렌드 컨퍼런스 T.CON 2025 후기 ★★★★★




트렌드 컨퍼런스 2025 T.CON
2024. 10. 28. (월)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
15:00 - 17:05
참가비 150,000원/인


https://www.tcon.kr/

대학내일ES 트렌드 컨퍼런스 2025

2024년 10월 28일 (월) / 코엑스 오디토리움

www.tcon.kr

 

티콘 정말 좋았다. 

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 기준으로) 밀레니얼의 끝자락에 걸친 세대이지만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나도 모르던 내 행동 양식을 이렇게 분석해주네!' 싶어 신기했던 마음 반, 요새 애들은 이렇게도 생각하고 사는구나 싶은 흥미로운 마음 반이었다. 완전히 다른 세대를 관찰하는 느낌이 아니고 어느 정도 내가 속한 세대를 분석당하는 느낌이라 더 재밌었다.  

 
공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 '옳은'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젠지. 티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젠지 세대의 특성을 이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해서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나 우리 젠지들, 불안이에게 먹히지 않고 꾸준히 '긍정'하기를 선택한다. 오히려 좋다고, 꺾이지 말자고, 그냥 하자고 하더니 이제는 럭키비키를 외친다. 행복에 집중하고 욕심 부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갓생과 망생 사이에서 극단을 달리기보다는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마라탕후루로 혈당 스파이크를 치고 도파민을 뽑아내고 욜로하자던 시기가 언제였냐는듯 이제는 혈당을 관리하고, 탈-도파민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지향한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극단을 찍고 나면 자연스레 편안한 중간 지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젠지의 행동을 단순한 인과관계로 보지 말자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저렴한 미술관에 간다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젠지에게 미술관은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작품부터(순서에 상관 없이) 원하는 시간을 머무르며 보낼 수 있으면서도 교양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이, 그걸 정서적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돈이 덜 들어서도 좋겠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기에 다층적인 연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겠다. 
 
성심당에 생귤시루를 사러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테무에서 저렴한 제품들을 사서 '테무깡'을 하는 행동들은 젠지들이 통제할 수 있는 실패 지점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퀵턴이 가능한)'계획된 즉흥' 이라고 풀이한다.
 
나는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 세세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싫어하지만 굵직한 맛집과 명소는 지도에 저장해두는 편인데, 거길 방문하지 않더라도 내가 '알고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지점에서 실패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지 않은 것이고, 혹여나 정말로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할 때 보증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어느 정도 계획 속에서 누리는 즉흥의 자유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런 젠지의 행동 양식? 너무 이해가 된다. 

 
 
한참 빠져서 봤던 쥐롤라...^^ ㅋㅋㅋㅋㅋㅋ  나에게도 쥐롤라가 정품이다... 
젠지는 쥐롤라를 짝퉁이 아니라,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정품으로 취급한다.  

https://youtu.be/q5ZQSQZTbqk?si=By1Ee3DjbxRDRpCm

함 잡솨봐...

요약하면 이렇게 세 가지! 

 
 

젠지의 관계 코드에 대해 발표한 세번째 세션은 들으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은 것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젠지의 관계 코드. 나라는 마법 세계와 가까워지는 머글인 너를 위해 편안한 거리를 주고, 내 세계를 소개하듯 보여준다 (영업하는 것 절대 아님). 그리고 상대의 세계를 순수하게 궁금해한다. 너의 정보를 Too Much Information이라 귀찮아하지 않고 더 궁금해한다. 네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가 뭔지, 네 가방에는 뭘 넣고 다니는지 블로그에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다. 

 
인스타그램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을 태그할 때는 이름이 보이지 않게 숨겨서 태그한다. 어차피 리그램하면 알게 될 것, 굳이 걔와 알지 못하는 다른 친구가 느낄 감정을 배려해서 적정한 거리감을 둔다.

 
그리고 별별 걸 다 파티로 만든다. 수박이 많이 남았으면 수박 파티를, 김밥 재료를 각자 사서 모여서 김밥 말아 먹는 김밥 파티를. (지난 주에 생일 케잌 남은 것을 먹으면서 다른 축하거리를 찾아다가 친구 퇴사 축하노래를 부르고 케잌을 먹었던 게 생각난다... ) 친구의 생일에 딱 맞춰 축하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친구의 취향에 맞는 선물을 고심해서 고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것도 정말 동의했다. 위시리스트를 운영하는 친구라면 조금 더 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골똘히 고민하게 된다. 뭘 좋아할까, 이걸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럼 이런건 이미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나 더 있어도 괜찮을 법한 물건이면 괜찮지 않나? 하면서.
 

 
실제로 보여지는 행태들을 관찰하는 거야 누구나 똑같이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꿰어서 어떤 키워드로 풀어낼지는 편집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를 들으면서 티콘의 해석은 참 다정한 시선이라고 느꼈다. 여전히 관계가 소중한 젠지, 상대를 배려하는 젠지. 코미디 프로에서 말하듯 자기밖에 모르고 이어폰을 끼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 양식에 숨어 있는 배려와 아낌을 찾아내어 조명해주어서 마음이 함께 따뜻해졌다. (혹시나 모니터링하며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발표가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부품도 싫고 나락도 두려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

네번째 세션은 제목이 정말 기깔난다. 근데 더 기깔난 건 발표자 님의 딕션이다. 아나운서이신 줄 알았다. 마지막 세션은 '팀'에 대한 이야기라 리더들이 함께 들었으면 정말 좋았겠다고 여러 차례 생각했다.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지만, 여전히 소속감이 소중한 젠지 (그리고 나). 입사하면 일하게 되는 건 '팀'인데 회사는 '회사'얘기만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왔다가 팀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 회사만 해도 팀별로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 다른 팀에 지원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아도 '회사 분위기 어때?'라는 말에 쉽사리 답할 수가 없어서 공감했다.  

 
그래서 회사 소개에 더해 팀 소개가 필요하다. 우리 팀 팀장이 정교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원하는 안성재 셰프 같은 사람인지, 고객이 먹다 남긴 잔반의 맛까지 확인하며 고객 반응을 예민하게 캐치하고 개선하는 백종원 같은 사람인지 미리 알려달라 이거다. 
 
팀 소개를 무작정 시작하기 어렵다면 우리 팀에서 '안 하는 것'을 소개해 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가지고 와 주신 대학내일 ES의 팀 소개 문구들.

 
그리고 발표하신 분의 팀인 인재성장팀의 소개..

 
 

마무리하며 

티콘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연사님은 내년 이 시간에도 여기서 보자고 하셨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리고 이제 '공통'이라는 게 없는 소소하게 열광하고 재빠르게 지나가는 트렌드를 잡아채서 전달하고 기록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참 의미있는 일이다. 기업들은 미래 고객의 소비 성향을 알기 위해, 콘텐츠 창작자들은 이들의 취향을 알기 위해 이런 컨퍼런스가 유용할 테고 그래서 이런 기록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참 소중한 기록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루한 회사 생활과 혼돈하는 자아 속에서 럭키비키를 외치던 올 한 해의 나를 위로하듯, 다정하게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1020을 꾸준히 추적해 주어서, 관찰해 주고 중간에서 전달해 주어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또 F적 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