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질문 1. 친구와 점심을 먹고 카카오톡 '송금하기'를 통해서 돈을 보냈다. 뭐라고 말하는 게 맞을까?
1) "카카오뱅크로 보냈어~"
2) "카카오페이로 보냈어~"
정답은 2번,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 잔액은 카카오톡 네 번째 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카카오페이로 돈을 주고받으면 이 잔액이 변동된다.
잔액을 클릭하면 오른쪽 화면처럼 카카오페이 전용 화면으로 바뀐다. 아하. 이 잔액은 '페이증권' 잔액이라고 한다.
원래 카카오페이는 티머니카드처럼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선불전자지급수단 '카카오페이머니'를 사용했다. 티머니처럼 현금으로 충전하는 대신,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와 카카오페이머니를 연결해서 충전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달랐다. 카카오톡 안에서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기 위해 계좌와 연결된 '돈주머니'를 만들어둔 것이다.
굉장히 편리했지만, 이런 방식은 우리가 주로 아는 은행예금과는 성격이 달라서 보유할 수 있는 금액도, 송금한도도 적고 예금자보호도 되지 않는다. 은행예금이 신분증 확인 (실명확인) 을 거친 공식적인 돈주머니인데에 비해 카카오페이머니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에서 제한을 많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선택은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증권사에도 은행예금과 비슷한 '증권계좌'라는 공식적인 돈주머니가 있기 때문에 증권사를 인수한 카카오페이는 이제 무적이 되었다! 카카오페이머니에서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예금자보호도 되고, 보유 한도도 높아졌다. 다만 이제 이 돈은 '카카오페이'의 돈이 아닌 '카카오페이증권'의 돈이기 때문에 '페이증권' 잔액으로 표시하게 되었다. (말장난 같지만, 큰 변화이지요)
다만 카카오페이머니일 때와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는데, 잔액이 부족할 때 연결된 은행예금에서 잔액을 충전하는 기능이다. 송금할 때 페이증권 잔액이 모자라면 연결된 내 명의의 계좌에서 돈을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카카오뱅크 계좌와 연결해 두었기에 아래 사진과 같이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충전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다르다. 카카오페이머니에 충전할 때는 말 그대로 '충전'의 개념이었다면, 페이증권에 충전하는 것은 계좌에서 계좌로 금액을 넘기는 '이체'의 개념으로 바뀐다. 물론 고객 사용성엔 차이가 없다.
드디어 카카오뱅크가 등장했다. 아니 그러면 다 "카카오페이로 보냈어~" 하면 되지, "카카오뱅크로 보냈어~"라는 말은 왜 할까? 여기서부터 조금 헷갈릴 수 있지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너의 카카오뱅크 계좌로 송금했다는 뜻
: 보내는 사람이 내 카카오뱅크 계좌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 토스로 보내든 카카오페이로 보내든
은행앱으로 보내든 ATM기기에서 보내든, 계좌번호를 찍으면 내 카카오뱅크 계좌로 직송된다.
2) 카카오뱅크 간편이체로 송금했다는 뜻
: 카카오뱅크에서 제공하는 기능인 "카카오톡 친구에게 이체"를 사용해서 보냈다는 뜻.
이 경우 받는 사람이 카카오뱅크 계좌가 있으면 거기로 받고, 없으면 받고 싶은 다른은행 계좌로 받을 수 있다.
현재는 화면이 조금 달라졌지만, 아래 영상의 방법으로 송금했다는 뜻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eHiHEZUyfs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카카오뱅크의 계좌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계좌와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 실명확인을 거쳐 개설되고 예금자보호도 가능하며 보유 한도에도 제한이 없다. 은행이기 때문에 대출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시중은행을 고스란히 모바일로 옮겨놨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슷해 보여도 생각보다 '은행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어쨌든 나한텐 비슷한데... 그냥 하나로 합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테다.
생각나는 회사는 토스(toss)다. 토스는 카카오페이처럼 '토스머니'라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다가 토스뱅크가 출범하고 나서 고객의 돈주머니를 '토스뱅크 계좌'로 모두 바꾸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와 하나가 되기보다는 증권사를 인수해 계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토스는 토스 안에 토스증권과 토스뱅크가 들어가 있다. 각기 다른 법인이지만 하나의 앱 안에서 하나의 서비스처럼 보이고자 한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별도의 앱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별도 법인임은 물론, 각각 상장된 상장법인이다. 각각 상장을 마친 만큼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협동과 경쟁 속에서 얼마나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관찰하는 편이 현실적이겠다.
비슷한 듯 다른 금융앱이 무수히 많은 요즘이다. 카카오톡 송금하기 이후, 다음 혁신을 몰고 올 금융앱은 어디일까?
금융사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게 두고, 소비자들은 잘 관찰하며 자신에게 유용한 편의 손을 들어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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