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펌뱅킹이 있었다.
펌뱅킹은 기업들이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할때나 직원에게 급여이체를 할 때 편리했다. 한 건 한 건 대금 지급할 때마다 은행 가기 어려우니, 기업과 은행이 전용선을 뚫어 기업 단말기에서 요청하면 은행에서 자금이체·정산처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펌뱅킹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에게 가까운 쓰임새로 말하자면, OO페이에 은행계좌를 붙여 충전하거나 결제할 때 주로 쓰인다.
(출처 : "홈뱅킹.펌뱅킹... 금융정보화시대 총아", 매일경제, 1994.04.11., https://www.mk.co.kr/news/home/view/1994/04/18298/)
1992년 2월 23일, 조흥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홈뱅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PC를 보유한 개인들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은행거래를 할 수 있었다. 같은 은행간 계좌이체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가 가능했다. 데이콤의 천리안 가입자(7만2천명정도)가 첫 대상이 되었다.
(출처 : 양재찬, "「홈뱅킹」제 국내 첫 시행/조흥은/PC로 송금·현금서비스 가동", 중앙일보, 1994.12.2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772815#home)
1994년 하반기, 텔레뱅킹(폰뱅킹) 서비스가 시작됐다.
PC가 없어도 전화로 거래내역을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게 되었다. 홈뱅킹보다 서비스 내용도 다양하고 이용도 간편했다. 신한은행 등에서 도입을 시작해 95년에는 대부분 은행권에서 시행했다. 홈뱅킹은 같은 은행끼리의 자금이체만 가능했는데 텔레뱅킹은 다른 은행으로의 송금도 가능해졌다.
(출처 : 하영춘, "[돈과 생활] 은행 '텔레뱅킹' 도입 잇달아..후발은부터 시작", 한국경제신문, 1995.04.02.,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1995040200281)
1999년 7월, (벌써) 인터넷뱅킹 시대가 왔다.
신한은행을 필두로 국내 은행들에 인터넷뱅킹이 도입됐다. 벌써인가 싶지만, 2000년 기준 국내 인터넷인구는 1,500만명이 넘었고 세계에서 휴대폰 보급률 2위인 이동전화 대국이었다. 2000년 3월말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은행별 인터넷뱅킹 서비스 제공현황을 보면, 이때부터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거래가 인터넷으로 가능했다는 걸 알게 된다. 역시 빠르다.
(출처 : 곽보현, "신한·외환銀 내달부터 인터넷뱅킹 서비스", 중앙일보, 1999.06.29., https://www.joongang.co.kr/article/3794374#home
박형배, "국내 인터넷인구 1천560만명", 아이뉴스24, 2000.08.22., https://www.inews24.com/view/12633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Mobile)뱅킹 도입현황", 한국은행 보도자료, 2000.04.24.,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8694&menuNo=200690&pageIndex=974)
2000년대 들어 선불카드도 생기고, 전자화폐도 생기고, 모바일결제도 활성화됐다. 전자금융거래는 점점 활성화됐다. 그런데 관련법은 없었다.
그리고 2005년, 인터넷뱅킹이 털렸다. 은행은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상 은행의 과실이 없으니 책임지지 않겠다고 했다(이후 도의적 차원에서 배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자금융거래는 민법, 상법, 개별약관,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기존의 여러 법률을 참고해 이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새로운 전자금융거래를 포괄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법이 필요한 때가 왔다
(출처 : 홍주희, "'인터넷 뱅킹' 털렸다 … 해킹프로그램 자동 설치 5000만원 빼내", 중앙일보, 2005.06.04., https://www.joongang.co.kr/article/1610090#home)
사실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한 법 제정의 필요성은 1993년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유보되고, 폐기되고, 재입법되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06년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여 이용자를 보호하고, 전자금융거래의 기본 틀을 마련하여 법적 안정성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전자금융업 사업자의 허가·등록 절차를 마련하는 등 전자금융업에 대한 규율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2007년 1월 1일, 드디어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정의) 1항에는 전자금융거래를 이렇게 정의한다.
“전자금융거래”라 함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전자적 장치를 통하여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이하 “전자금융업무”라 한다)하고, 이용자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종사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의사소통을 하지 아니하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는 거래를 말한다.
즉, 이 법률은 전자적 장치(CD/ATM, 컴퓨터, 전화, 휴대폰, 카드단말기 등)를 통해서 이용하는, 자동화된 "비대면 거래"에 대한 법률이다. 대면보다 비대면 거래가 훨씬 활성화된 오늘날, 전자금융거래법은 우리 일상과도 밀접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용하는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모두 이 법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전자금융거래법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전자금융거래법 전문보기 : 전자금융거래법 (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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