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제재하고자 세계에서 고립시키고 있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정확한 선후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공개된 기사들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 본다.
1) 22/02/26 (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차단
SWIFT는 전세계 200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이 국제거래를 할 때 통신하는 전산망이다. 이 통신망에서 차단되면 "돈을 보내겠다, 받겠다" 소통을 할 수 없으니 수출입도 어려워진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값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물건값을 못 치르니 다른 나라에서 수입도 못 한다. 러시아에 투자했거나 돈 빌려준 국가들도 돈을 못 돌려받는다.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게 영향이 큰 조치였다. 모든 러시아은행을 차단한 것은 아니고, 일부 은행이 대상이다.
2) 22/02/28 (월) 루블화 폭락. 러시아 증권시장 닫고, 기준금리 연 9.5% → 20%로 대폭 인상
SWIFT 퇴출이 결정된 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이전 거래일(2/25 금) 대비 30%가량 떨어지며 역대 최저수준이 됐다. 전에는 75루블을 내면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 100루블 이상을 내야 1달러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래 그래프가 우상향한다는 건 점점 더 많은 돈을 주어야 1달러를 살 수 있다는 말. 계속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루블화를 팔아 달러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그러지 말고 루블화 이자를 많이 쳐줄테니 루블화 들고 있으라는거다. 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무역 참여자들에게 외화수입의 80%가량을 3일 내에 팔라고 명령했다. 국가에서도 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 가진 외화 다 내놓으라는 거다. 또한 외화를 송금하거나, 자금을 이전하는 모든 행위는 다 금지됐다.
러시아는 증권시장도 사흘 연속 휴장했다. 증권시장을 열었다간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전부 회수해가 증권시장도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22/03/03(목) 앞뒤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 무디스, S&P) 러시아 신용등급 "정크"로 일제히 낮춰
신용평가사 무디스,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국채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로 6계단씩 낮췄다. S&P는 8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 말인즉슨 러시아 신용이 쓰레기라는 것. 돈을 빌려줬다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러시아는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이후 3대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모두 디폴트(국가부도) 직전단계로 추가 강등했다. 피치와 무디스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4) 애플페이, 구글페이 중단. BANKRUN 뱅크런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도 중단됐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러시아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스템 점유율은 구글페이가 32%, 애플페이가 30%였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들이 현금을 보유하고자 (가급적 외화로)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도 올리고 환매조건부채권도 매매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사람들이 돈을 찾아가는 속도를 쫓아가진 못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은행권 유동성이 6조 9천억루블(약 83.5조억원) 부족하다고 밝혔다(3/2). 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텅 빈 ATM기 앞에 앉아 새로운 현금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언제든 편히 찾아가지만, 은행이 모든 현금을 금고에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은행도 이익을 내야 하니까 그 돈을 빌려주고(대출), 투자하는 등 다른 활동에 쓰면서 고객이 찾아가리라고 예측하는 범위 내에서 현금을 준비해둔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량으로 몰려들어 내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맡긴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것이 지금 러시아 국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고, 러시아 은행에 닥친 뱅크런이다.
출처: 세상의 모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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